사우디 서부 메카(Mecca) 지역에 위치한 만수라-마사라(Mansourah-Massarah) 광산/공식홈페이지 자료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한가운데서 들려온 '황금 잭팟' 소식은 신기루가 아닌 지질학적 실체임이 드러났다. 2023년 말 시작된 대규모 금맥 발견 소식은 지난 1월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광물 포럼(Future Minerals Forum)'과 10월의 본격적인 건설 계약을 거치며 사실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자원 탐사의 성공을 넘어,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사우디의 국가 전략인 '비전 2030(Vision 2030)'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100km 금맥의 실체와 새로운 기회의 땅

"사우디의 대규모 금 발견" 뉴스의 중심에는 사우디 서부 메카(Mecca) 지역에 위치한 만수라-마사라(Mansourah-Massarah) 광산이 있다. 마덴은 기존 광산에서 남쪽으로 100km 떨어진 우루크 사우스(Uruq South) 지역까지 거대한 단층대를 따라 금맥이 이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시추 결과, 61미터 구간에서 톤당 10.4그램(g/t)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위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통상적인 노천 광산의 채산성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이 일대가 거대한 하나의 '골드 벨트'임을 입증한다.

지난 1월 마덴이 공개한 신규 발견지인 '와디 알 자우(Wadi Al Jaww)'와 '자발 샤이반(Jabal Shayban)'의 잠재력 또한 놀랍다. 와디 알 자우는 그동안 체계적인 탐사가 없었던 미지의 땅이었으나, 27km에 달하는 금 이상대(Anomaly)가 확인되며 새로운 광산 지구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마덴의 탐사 부사장 대릴 클라크(Darryl Clark)는 이를 두고 "가장 주목할 만한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발 샤이반 지역에서는 금뿐만 아니라 구리, 아연 등 산업 필수 광물이 함께 발견되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 첨단 기술로 뚫고, 지속 가능성으로 채운다

이번 성과는 사막의 두꺼운 모래와 퇴적층을 꿰뚫어 보는 현대 과학기술의 승리이기도 하다. 마덴은 아이반호 일렉트릭(Ivanhoe Electric)과 합작하여 고출력 송신 기술인 '타이푼(Typhoon™)'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지하 깊은 곳의 광물을 탐지해 내며, 인간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맹인 광체(Blind Orebody)'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연이 숨겨둔 보물을 인간의 지혜와 기술로 찾아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사우디의 광산 개발 방식이 과거와 달리 환경과 지역 사회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광산 운영은 수자원 고갈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에 마덴은 타이프(Ta'if)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정화하여 광산으로 공급하는 430km 길이의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는 산업 발전과 자연 보존의 공존을 모색하는 시도로, 물 부족 국가가 자원을 개발하며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 탐사를 넘어 생산으로: 아르 르줌 프로젝트와 경제 주권

탐사의 성공은 이제 실질적인 '채굴' 단계로 진입했다. 마덴은 지난 10월, 미국 굴지의 건설 기업 벡텔(Bechtel)과 신규 광산인 '아르 르줌(Ar Rjum)' 개발을 위한 설계·조달·시공 관리(EPCM) 계약을 체결했다. 약 393만 온스의 매장량을 보유한 이 광산은 2030년까지 금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마덴의 목표를 달성할 핵심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벡텔과의 협력은 단순한 건설을 넘어 현지 고용 창출과 기술 이전이라는 경제적 낙수 효과까지 기대하게 한다.

사우디 정부는 광업을 석유, 석유화학에 이은 '제3의 경제 기둥'으로 육성하고 있다. 마덴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한 것은 이러한 전략이 유효함을 증명한다. 구리와 같은 핵심 광물의 동반 발견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사우디가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는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금이라는 안전자산과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인 구리를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국가의 경제적 주권을 강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라비아 순상지(Arabian Shield)의 잠자던 부는 이제 막 눈을 떴다. 사우디의 골드러시는 단순한 자원 확보 경쟁을 넘어, 척박한 땅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인류의 도전과 맞닿아 있다.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감춰졌던 황금이 중동의 경제 지도를, 나아가 글로벌 자원 안보의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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