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분위기에 휩싸인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모습/보도영상 캡춰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독재 정권이 무너진 지 1년이 되는 8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메드 알 샤라(Ahmed al-Sharaa) 임시 대통령은 우마이야 모스크(Umayyad Mosque)에서 새벽 기도를 올린 뒤 "정의와 자비, 평화로운 공존에 기반한 찬란한 새 새벽"을 약속했다. 그러나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소수 종파 학살과 경제적 고통, 그리고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 12월 8일 반군 연합의 공세로 다마스쿠스가 함락되면서 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했고, 반세기 넘게 이어진 바트당 통치가 종식됐다. 시리아 군사작전사령부는 즉각 의회와 보안 기관을 해산하고 2012년 헌법을 폐기했다. 올해 1월 29일 과거 '아부 모함마드 알 졸라니'라는 이름으로 하야트 타흐리르 알 샴(HTS)을 이끌던 알 샤라가 과도 대통령에 취임했다.

3월 13일 공포된 '헌법 선언(Constitutional Declaration)'은 표면적으로 시민의 자유와 권력 분립을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를 띠고 있다. 헌법 선언 제52조에 따르면 알 샤라 대통령은 5년 과도기 동안 입법, 사법, 행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 권한을 행사한다. 그는 고등헌법재판소 재판관 7명 전원을 임명할 수 있어 사법부 독립성이 원천적으로 제약됐다.

헌법 제3조는 "대통령의 종교는 이슬람교여야 하며, 이슬람 법학(Fiqh)을 입법의 주요 원천으로 한다"고 명시해 바트당 시절 세속주의 헌법과 결별했다. 이는 기독교, 드루즈, 알라와이트 등 소수 종파에게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0월 5일 실시된 의회 선거에서는 총 210석 중 140석이 간접 선거로, 70석이 대통령 직접 임명으로 선출돼 '통제된 다원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알 샤라 정부는 국제 무대에서 파격적인 외교 성과를 거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알 샤라를 처음 만난 데 이어 11월 10일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는 시리아 독립 이후 최초의 시리아 국가 원수 백악관 방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경제 재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카이사르 법(Caesar Act)' 제재를 180일간 유예하고 영구적 철폐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도 신속하게 태세를 전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0월 모스크바에서 알 샤라와 회담을 갖고 타르투스(Tartus) 해군 기지와 흐메이밈(Khmeimim) 공군 기지 사용권을 재확인받았다. 이스라엘은 정권 붕괴 직후 골란고원 완충지대를 넘어 헤르몬 산(Mount Hermon) 시리아 측 사면과 쿠네이트라(Quneitra) 등을 점령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대리 세력이 다시는 국경 근처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며 철수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안보 상황은 심각하다. 3월 초 아사드 가문의 고향 라타키아(Latakia) 등 해안 지역에서 정부군의 대규모 소탕 작전이 알라와이트 민간인 학살로 변질됐다.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와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최소 1,5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희생자 대다수는 알라와이트 민간인이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집단 매장지를 확인하고 이를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4월에는 남부 수웨이다(Suwayda)에서 드루즈 종교 지도자를 모욕하는 가짜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드루즈 공동체와 수니파 베두인 부족 간 충돌이 발생했다. 수웨이다와 다마스쿠스 교외 자라마나(Jaramana) 등지에서 100명 이상의 드루즈인이 사망했다. 7월 이스라엘은 "드루즈 공동체 보호"를 명분으로 다마스쿠스 인근 정부군 시설을 폭격했다.

5월 발표된 대통령령 제20호로 설립된 '국가 과도기 정의 위원회(NCTJ)'는 조사 대상을 "아사드 정권에 의해 자행된 범죄"로 한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휴먼라이츠워치(HRW)와 시리아 시민사회 단체들은 현 정부군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면죄부라며 이러한 '선택적 정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경제 재건 분야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아사드 정권 말기 하루 2~4시간에 불과했던 전력 공급은 다마스쿠스, 알레포, 홈스 등 주요 도시에서 8~10시간으로 확대됐다. 튀르키예를 경유한 아제르바이잔산 가스 도입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지원이 주효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전기요금을 kWh당 10 시리아 파운드(SYP)에서 600 SYP로 60배 인상했다.

걸프 국가들은 시리아 재건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카타르는 다마스쿠스 국제공항 확장에 40억 달러를, UAE는 다마스쿠스 지하철 건설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마스쿠스 타워 시티 조성에 25억 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10월 기준 4인 가족 최소 지출 비용은 230만 시리아 파운드로 전월 대비 7% 상승했다. 세계은행은 시리아 인구의 4분의 1이 극심한 빈곤 상태라고 밝혔다.

난민 귀환도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9월까지 주변국에서 약 98만 8천 명이 귀환했고, 국내 실향민 약 185만 명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9월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 내 귀환하겠다"고 응답한 난민은 18%에 불과했다. 주택 파괴, 기본 서비스 부족, 치안 불안, 징집 우려 등이 귀환을 가로막고 있다.

알 샤라 대통령은 8일 연설에서 "과거, 현재에 걸맞은 강한 시리아를 재건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선물한 카바(Kaaba) 천을 우마이야 모스크에 헌정하며 이슬람 세계와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진정한 재건을 위해서는 포용적 헌법 개정, 모든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 소수 종파 안전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시리아 #아사드정권붕괴 #알샤라 #종파갈등 #중동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