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 키베라 빈민가 주민들에게 쇼핑몰 옥상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제공한다. (사진: Donwilson Odhiambo/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사이언스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2025년 '올해의 혁신(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을 선정했다. 단백질 구조 해석이나 중력파 검출과 같은 순수 과학적 발견이 주를 이루던 예년과 달리, 산업적·경제적 현상을 선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이언스 편집진은 2025년을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추월하기 시작한 원년"이라고 명시했다.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재생에너지가 석탄 발전량을 지속적으로 앞지른 시기였다.

상반기 전 세계 전력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2.6%(+369TWh) 증가했다. 태양광(+306TWh, 31% 증가)과 풍력(+97TWh, 7.7% 증가)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늘어난 전력 수요 전체를 충당하고도 남았다. 재생에너지가 신규 수요의 109%를 감당하면서 화석 연료 발전 설비를 가동할 유인이 제거됐다. 그 결과 석탄 발전은 전년 대비 0.6%(-31TWh) 감소하며 구조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25년 데이터는 연간 추정치다. 설치 용량에는 계통 연계 자산과 일부 독립형 시스템이 포함. (그래픽) V. Penney/Science; (데이터) Ember; BNEF/사이언스지


사이언스는 중국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며, 중국이 보여준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unmatched scale and speed)"고 평가했다. 올해 완공된 장쑤성 롄윈강(Lianyungang) 시의 해상 태양광 프로젝트는 1,868헥타르 규모에 200만 킬로와트(2GW) 용량으로 중국 최대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22억kWh의 전력을 생산하여 23만 가구의 전력 소비를 충당하며, 연간 68만 톤의 표준 석탄을 대체하고 177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한다.

중국과학원(CAS) 물리연구소 등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활용한 탠덤(Tandem) 셀 기술에서 올해 24.6%의 효율을 달성했으며,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은 실험실 환경에서 33.1%라는 효율을 기록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도 올해 8억3천만 달러 규모에 달했으며, 광더 칭나 테크놀로지(Guangde Qingna Technology) 등은 쓰촨성에 20GWh 규모의 생산 라인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안후이성의 산비탈에는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진입로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에는 풍력 터빈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대기 오염을 완화하고 중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를 억제하는 데 기여한 에너지 혁명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이다. (사진: 조지 스타인메츠)/사이언스지


반면 미국은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기 위한 입법에 나섰다. 7월 4일 서명된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은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를 2027년 12월 31일부로 종료하도록 했다. 전기차 보조금은 9월 30일 이후 취득한 차량에 대해 전면 폐지됐다.

미국 행정부는 올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상호주의 관세를 적용해 관세율을 145%까지 인상했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4개국을 통한 우회 수출에 대해서도 최대 3,521%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는 관세로 인해 약 10.5GW 규모의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6만2천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11월 브라질 벨렘(Belém)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80개국 이상이 화석 연료 전환 로드맵을 지지하고, 적응 금융을 2035년까지 3배로 확대한다는 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 협약 재탈퇴 움직임과 OBBBA로 인해 미국 대표단은 회의장에서 실질적인 협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올해 6월까지 1년간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이 전년 대비 60% 급증하여 15GW를 넘어섰다.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수입된 패널의 대부분이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정용, 상업용 등 분산형 설비로 설치되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지난 1년간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모두 설치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이는 연간 총 전력 생산량의 61%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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