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택스 보워스 갤러리(Stack's Bowers Galleries) 홈페이지 자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산 중단 지시로 232년 역사를 마감한 1센트 주화의 마지막 경매가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11일부터 12일까지 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사(Costa Mesa)의 스택스 보워스 갤러리(Stack's Bowers Galleries) 본사에서 진행된 '오메가(Omega, Ω)' 주화 경매는 총 낙찰가 1,676만 달러(약 247억 원)를 기록하며 현대 화폐 수집 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경매에 나온 232개 세트는 필라델피아와 덴버 조폐국에서 마지막으로 생산된 유통용 1센트 주화와 24캐럿(K) 순금 기념주화로 구성됐다. 세트당 평균 낙찰가는 72,000달러(약 1억 627만 원)를 넘어섰으며, 특히 마지막 232번째 세트는 80만 달러(약 11억 8천만 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세트에는 해당 주화를 제작할 때 사용된 후 폐기 처리된 원본 금형(Die)이 포함돼 역사적 가치를 더했다.
각 세트는 필라델피아 조폐국의 2025 오메가 센트, 덴버 조폐국의 2025-D 오메가 센트, 그리고 24K 순금으로 제작된 2025 골드 센트 등 3종의 주화로 구성됐다. 모든 주화에는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Ω)'가 양각돼 1793년 발행된 최초의 1센트가 '알파'라면 2025년의 주화는 '오메가'라는 역사적 완결성을 상징했다.
브랜든 비치(Brandon Beach) 미 재무장관과 크리스티 맥널리(Kristie McNally) 미 조폐국장 대행은 11월 12일 필라델피아 조폐국에서 직접 프레스를 작동시켜 마지막 주화들을 생산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국가적 유산의 갈무리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1센트 주화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 그는 "미국은 문자 그대로 2센트 이상의 비용을 들여 1센트짜리 동전을 만드는 낭비를 너무 오랫동안 지속해왔다"며 "이것은 매우 낭비적(wasteful)이며, 재무장관에게 신규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설령 한 번에 1센트씩일지라도(even if it's a penny at a time), 위대한 미국의 예산에서 낭비를 뜯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와 조폐국의 2024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1센트 주화 1개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은 3.69센트로 액면가의 약 3.7배에 달한다. 2024 회계연도 기준 미 조폐국은 약 32억 개의 1센트 주화를 생산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시뇨리지(Seigniorage, 화폐 발행 차익) 손실액은 약 8,530만 달러(약 1,190억 원)에 달했다. 재무부는 이번 생산 중단 조치를 통해 연간 약 5,600만 달러(약 827억 원)의 즉각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1센트 주화는 1792년 화폐법(Coinage Act of 1792) 제정 이듬해인 1793년 필라델피아 조폐국에서 최초로 발행됐다. 1909년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빅터 데이비드 브레너(Victor David Brenner)가 디자인한 '링컨 센트'가 도입됐으며, 이는 미국 화폐 역사상 최초로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사례였다. 1982년 레이건 행정부는 구리 가격 파동으로 주화의 성분을 95% 구리에서 97.5% 아연(구리 도금)으로 변경했으며, 이 체제는 43년간 지속됐다.
생산은 중단됐지만 1센트 주화의 법정 화폐 지위는 유지된다. 기존에 발행된 약 3,000억 개의 1센트 주화는 여전히 법정 통화로 유효하며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현금 거래 시에는 캐나다와 호주가 채택한 '대칭적 반올림' 방식이 도입될 전망이다. 최종 결제 금액이 1, 2, 6, 7센트로 끝나면 아래로 내림하고, 3, 4, 8, 9센트로 끝나면 위로 올림하는 방식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2024년 현금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금 포함 최종 결제 금액의 72%가 이미 0센트나 5센트로 끝나 반올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거래에 반올림을 적용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영향은 0.001%에서 0.01% 수준으로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타깃으로 5센트 주화인 '니켈'을 지목하고 있다. 현재 5센트 주화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3.78센트로 1센트보다 단위당 손실액이 훨씬 크다. 캐나다는 2012년 1센트 주화를 폐지했으며, 호주는 1992년 1센트와 2센트 주화를 동시에 폐지했다. 뉴질랜드는 1990년 1, 2센트를 폐지한 데 이어 2006년에는 5센트 주화까지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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